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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구경

카테고리 없음2016. 10. 22. 23:39

오랜만에 산책가들이 모였다

나는 구경꾼으로 참관했다. 달리고는 싶었으나 의지가 아직 샘솟지 않는다.


도시 한복판에서 괜찮은 여성이 지나가면 찝어준다

그러면 간다. 오늘은 정말 안되는 날이었다.

지나치게 까인다.

나는 그걸 보면서 아무것도 안하는 내모습보단 낫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가서 말이라도 걸어보는게 남자다운 모습이고

새로운 기회로, 보다 나은 이성으로 향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 전에 생각이 많은 3인방이 모여서 얘길 한다.

이렇게 만나서 쉽게 연애하고 나면 여자에게도 상처가 되고 나에게도 무의미하다고 말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만나지 않으면 답이 없다.


소개팅을 나가도, 그냥 사회적 모임에서도 내가 원하는 이성을 찾을 순 없다.

그런 모임에 나간다고 내가 거기서 괜찮은 여성을 차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도 저도 아닌 실력이 나를 옥죄어온다.

높아져버린 이상과 낮은 실력의 불균형은 선비 산책가들의 특징이다.


말과 변명이 많고 행동이 모자란다.

나의 모자란 실행력을 오늘 다시 깨달았다.


그렇게라도 까이고 까이는 그들을 보면서 이런 마음도 들었다.

내가 가면 안까일거 같은데... 참 오만한 마음이다.

다가가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드디어 그들이 번호를 하나씩 받았다.

아니 그런데 왠일 비슷하다 싶었는데 같은 여자였다.

모두에게 번호 뿌리고 다니는 여자인가 보다.


나는 박장대소했고 그들은 슬퍼했다.

합의해서 한명은 gg를 치기로 했다.

우리는 카페에 앉아서 차를 한잔 마셨고, 다시 의지에 불타올라 나갔다.

한명의 의지가 과하고 한명은 집에 가고 싶어했고, 구경꾼들은 그저 신났다.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나도 산책이 하고 싶다.




아이유의 노래 가사중, 너랑나랑은 안되지 시간을 좀 보채고 싶지만~ 아시는가? 나에게는 소개팅 어플인 너랑나랑이 생각난다.


동그라미를 매일 8개씩 쳐야하는 루틴으로 자리잡은 습관, 괜찮은 여성이 나오리라 여기기엔 무리인 어플 생태계지만, 나같이 괜찮은 남자도 어플을 하니 괜찮은 여자도 있을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경험상으론 괜찮은 여자는 정말 없다.


나는 3년 전 어플에서 괜챃은 여자를 만났던 적이 있다. 그녀는 말랐고 밝은 기운을 지녔으며 현명했고 지혜로웠다. 생각이 많았고, 나의 생각있는 척 하는 없음이 그녀의 그늘에서 편히 쉴 수 있었다. 양지바른 곳에 묻지 않아도 되니 그녀의 지혜의 그늘에서 숨어서 영원히 지내고 싶었다.


첫 만남은 언제였더라. 여름 날이었다. 나는 당연히 별 생각없이 약속 장소에 나갔다. 그 전에 학교를 속인게 걸려서 못만날뻔 했는데 워낙 서로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터라 어찌저찌해서 만나게 됐다. 처음 한 통화도 40분 정도 할 정도로 대화가 잘 통했다.


살다보면 이렇게 맞는 사람이 한번씩 나타난다. 내가 생애를 통틀어 지금까지 가장 힘들게 연애한 여자고 두번째로 사랑한 여자다. 그런데 나는 가볍게 생각했다. 그저 하루 술마시러 나간다고 생각하고 나갔다. 당시의 나에게 연애란 그저 문어발식 확장의 일환이었으니까 말이다.


첫 만남에서 술을 마시러 갔는데 내가 과도한 스킨십을 하니 그녀가 도망갔다. 그런데 결제는 하고 도망갔다. 그런데 폰을 놔두고 가서 다시 돌아왔고 나는 그냥 자리에 앉아 있었다. 혹시나 돌아오면 헛걸음 할까봐 기다리고 있었는데 다신 돌아오지 않았다.


일주일 정도가 지나고 그녀에게 전화를 했다. 받았다. 일을 하고 있는 도중이었는데 받았다. 맘에 들면 무슨 상황이라도 응답가능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그 뒤로 짧게도 만나고 길게도 만났다.


한번은 30분 정도만 본 적도 있었다. 책 사러 가는 그녀와 같이 구경갔는데, 뒤에 약속을 잡아놔서 밥만 먹고 헤어졌다. 당시에 밀면 맛집이라는 곳에 데리고 갔는데 지금 생각하면 참 용감한 행동이었다. 맘에 드는 여성을 밀면 집에 데리고 갈 수 있는 용기,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재는 이건 이렇게 해야 하고 저건 저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강하다. 관념에 사로잡혀서 될만한 일도 망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생각병, 그리고 사회가 그어놓은 틀에 사로잡혀서 살아가는 전형적인 사람이 돼 가는 느낌이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닌데 말이다. 나를 찾아줘, 나를 잃어버리는 느낌이다.


다시 연애 얘기로 돌아가서 두세번의 만남 후 우리는 잠자리를 하게 됐다. 아쉽게도 DVD 방이었는데 우발적으로 잠자리가 날아다니게 됐다. 당시에 술을 조금 마신 상황이었는데 좋아하는 사람과의 키스는 달콤했다. 아직도 그녀의 약간은 우리 주둥이 같은 입술이 생각나고 당시 봤던  영화가 떠오른다. 그렇게 우리는 사귀게 될 것 같았으나 아니었다. 내가 쓰레기였기 때문에.


당시에 나는 3년전 그 여자친구와 사귀고 있었고, 고스펙의 양지바른 느낌의 여성과도 잘되고 있었으며 어플녀는 거들 뿐이었다. 하지만 이 여자가 치고 나오기 시작하자 다른 여성들이 힘을 잃기 시작했다. 이 여성이 나를 좋아하는 강도에 다른 여성들은 밀려났다.


나는 한 사람만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다. 진짜 마음을 주게 되면 그 사람 하나 밖에 안보인다. 이게 참 문제이지 않았는데 지금은 문제다. 여러 사람을 만날 수 없기 때문이다. 너무 쓰레기 같은가? 한번 이렇게 살아보면 후에도 이렇게 살긴 편하다.


암튼 자고 나서도 나는 그녀와 사귀지 않았다. 온갖 방식으로 나에게서 사귀자고 하는 멘트를 받아내고 싶었던 그녀, 어찌보면 타고난 네고시에이터가 아니었을까? 다른 여성들의 관심이 죽은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되긴 했었다. 하하하


휘황찬란한 그녀와의 연애 이야기는 다음부에서 이어나가도록 하겠다.


<1부 끝, 계속>


정말 오랜 연애를 마치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했다. 

이것도 예전의 일이다. 

새로운 사랑은 오래가지 않았다. 

도수가 맞지 않는 안경을 끼고 사는 듯 했다. 

연애같지 않은 연애, 줄곧 섹스만 하다가 헤어졌다.


배경이 침대 뿐인 이 사랑도 시작이 있었다. 어느 추운 2월의 날이었다. 서면에서 놀다가 집으로 오는 길이었다. 헬스장을 알아보려고 한 정거장 일찍 내렸다. 백바지의 몸매가 좋아보이는 처자가 편의점 안으로 들어간다. 맘에 들었다. 에라 모르겠다. 말을 건다.


저기요, 마음에 들어서 그런데 알고 지낼 수 있을까요?

네 그래요


쉽게 번호를 준다.

연락을 안했다. 너무 긴장되서… 

다음날 연락을 했는데 그게 맘에 들었다고 한다. 

다른 남자들은 번호 받으면 당일에 연락을 했다고 했는데 나는 아니라고… 그냥 그랬다.


첫 만남이었다. 

동네의 허름한 족발집에서 만나서 우리는 술을 마셨다. 

이 여자는 뭐가 뭔지도 모르고 나를 믿고 술을 마시는 것 같았다.


며칠 간의 카톡이 그녀에게 신뢰감을 줬을까? 

나는 신사답게 행동했으나 속은 늑대였다. 

떻게 해보려는 속셈밖에 없었다. 

그런데 술을 그렇게 먹어대니 취할 수 밖에 없었다.


1차 족발을 먹고 2차는 룸식 주점으로 갔다. 

거기에선 뭘 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키스를 했을 거다. 

키스를 더럽게 못하는 그녀, 

내가 못하는 걸까? 

잘하는지 못하는진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그렇게 집으로 향했는데, 

집에 안들어가는 그녀, 정말 집앞까지 데려다줬는데 안들어간다. 

그래서 계속 안들어갈거면 같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고민 끝에 알겠다는 그녀…


그런데 들어가서 바로 자지 않았다. 

술이 취해서 라면을 먹겠다는 그녀와 너무 피곤한 나… 

먼저 잤다. 자다가 일어나니 그녀는 곤히 자고 있다. 

천사같이 편하게 처음 만난 남자의 옆에서 자고 있는 그녀.


중간에 깨워서 이를 닦고 키스를 한다. 

서로의 혀가 느껴지는 짜릿함이 나를 흥분시켰다.


흥분시킨 그녀의 몸 속으로 나는 들어갔다. 

하지만 시간이 부족하다. 

그 날이 회사 가야 하는 주말이라 오래 있지 못했다. 

일사천리로 진행한 1차전, 정말 잘 느끼는 여자였고 개인적으로도 만족했다. 

미끌미끌거리는 감촉이 너무나 좋았다.


몸매도 처음에 본 대로 아주 괜찮았다. 다시 갖고 싶을 정도였다. 

그렇게 나는 여자친구가 생겼다. 

힘든 과정 없이 사귄 여자친구는 그만한 가치가 없다고 느껴졌다.


나는 그녀의 몸을 탐하기 시작했다. 먹고, 자고, 먹고, 자고 데이트의 종착지는 모텔이었다. 

색을 밝히는 남자라 술을 먹고 그녀를 갖는데 바빴다. 

내 맘대로 안되면 화를 내고 싸늘한 시선을 날렸다.


너무 말을 잘 들었지만 현격한 가치의 차이가 존재해서 헤어지게 됐다. 

패션이 과한 여자는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녀의 몸매는 내 스타일이었으나 가치가 나를 따라오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가 나에게 잘해주던 시절은 기억난다. 

마지막 만남 때 나에게 선물을 주었던 그녀, 

그게 마지막이 될거라곤 나도 몰랐다. 

시작도 어정쩡했고 끝도 어정쩡했다.


연락하면 ‘또 모텔 가자고 하려고?’라면서 

차가운 멘트를 날리던 그녀, 나는 쓰레기였다. 

세상에 다양한 쓰레기가 있는데 그 당시에 나는 쓰레기였다.

지금도 그럴지도 모른다.

Karma라는 것이 있다면 나에게 아마 돌아올 것이다.


나는 얼마만큼의 사랑을 더 하고, 얼마나 많은 여자들을 다 만나야 정착할 수 있을까? 

점점 까다로워진다. 점점 맘에 드는게 없어진다. 

처음 만날 때의 그 느낌과 호감이 끝까지 갈 순 없을까 생각해보며, 

너무 하찮은 보이는 조건에 집착하고 가치를 얕잡아보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첫 사랑이 끝나고 찾아온 연애는 그렇게 끝났다. 

같은 동네 사는데도 마주쳐지지 않는 그녀, 

근처에 갈 때면 은근히 마주치길 바라면서도 안 마주쳤으면 한다. 

결혼할 나이인데 제대로 된 남자를 만났을지 모르겠다. 

당시의 나같은 남자는 만나지 않았길, 

그리고 현명해졌길 바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