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log


아이유의 노래 가사중, 너랑나랑은 안되지 시간을 좀 보채고 싶지만~ 아시는가? 나에게는 소개팅 어플인 너랑나랑이 생각난다.


동그라미를 매일 8개씩 쳐야하는 루틴으로 자리잡은 습관, 괜찮은 여성이 나오리라 여기기엔 무리인 어플 생태계지만, 나같이 괜찮은 남자도 어플을 하니 괜찮은 여자도 있을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경험상으론 괜찮은 여자는 정말 없다.


나는 3년 전 어플에서 괜챃은 여자를 만났던 적이 있다. 그녀는 말랐고 밝은 기운을 지녔으며 현명했고 지혜로웠다. 생각이 많았고, 나의 생각있는 척 하는 없음이 그녀의 그늘에서 편히 쉴 수 있었다. 양지바른 곳에 묻지 않아도 되니 그녀의 지혜의 그늘에서 숨어서 영원히 지내고 싶었다.


첫 만남은 언제였더라. 여름 날이었다. 나는 당연히 별 생각없이 약속 장소에 나갔다. 그 전에 학교를 속인게 걸려서 못만날뻔 했는데 워낙 서로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터라 어찌저찌해서 만나게 됐다. 처음 한 통화도 40분 정도 할 정도로 대화가 잘 통했다.


살다보면 이렇게 맞는 사람이 한번씩 나타난다. 내가 생애를 통틀어 지금까지 가장 힘들게 연애한 여자고 두번째로 사랑한 여자다. 그런데 나는 가볍게 생각했다. 그저 하루 술마시러 나간다고 생각하고 나갔다. 당시의 나에게 연애란 그저 문어발식 확장의 일환이었으니까 말이다.


첫 만남에서 술을 마시러 갔는데 내가 과도한 스킨십을 하니 그녀가 도망갔다. 그런데 결제는 하고 도망갔다. 그런데 폰을 놔두고 가서 다시 돌아왔고 나는 그냥 자리에 앉아 있었다. 혹시나 돌아오면 헛걸음 할까봐 기다리고 있었는데 다신 돌아오지 않았다.


일주일 정도가 지나고 그녀에게 전화를 했다. 받았다. 일을 하고 있는 도중이었는데 받았다. 맘에 들면 무슨 상황이라도 응답가능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그 뒤로 짧게도 만나고 길게도 만났다.


한번은 30분 정도만 본 적도 있었다. 책 사러 가는 그녀와 같이 구경갔는데, 뒤에 약속을 잡아놔서 밥만 먹고 헤어졌다. 당시에 밀면 맛집이라는 곳에 데리고 갔는데 지금 생각하면 참 용감한 행동이었다. 맘에 드는 여성을 밀면 집에 데리고 갈 수 있는 용기,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재는 이건 이렇게 해야 하고 저건 저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강하다. 관념에 사로잡혀서 될만한 일도 망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생각병, 그리고 사회가 그어놓은 틀에 사로잡혀서 살아가는 전형적인 사람이 돼 가는 느낌이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닌데 말이다. 나를 찾아줘, 나를 잃어버리는 느낌이다.


다시 연애 얘기로 돌아가서 두세번의 만남 후 우리는 잠자리를 하게 됐다. 아쉽게도 DVD 방이었는데 우발적으로 잠자리가 날아다니게 됐다. 당시에 술을 조금 마신 상황이었는데 좋아하는 사람과의 키스는 달콤했다. 아직도 그녀의 약간은 우리 주둥이 같은 입술이 생각나고 당시 봤던  영화가 떠오른다. 그렇게 우리는 사귀게 될 것 같았으나 아니었다. 내가 쓰레기였기 때문에.


당시에 나는 3년전 그 여자친구와 사귀고 있었고, 고스펙의 양지바른 느낌의 여성과도 잘되고 있었으며 어플녀는 거들 뿐이었다. 하지만 이 여자가 치고 나오기 시작하자 다른 여성들이 힘을 잃기 시작했다. 이 여성이 나를 좋아하는 강도에 다른 여성들은 밀려났다.


나는 한 사람만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다. 진짜 마음을 주게 되면 그 사람 하나 밖에 안보인다. 이게 참 문제이지 않았는데 지금은 문제다. 여러 사람을 만날 수 없기 때문이다. 너무 쓰레기 같은가? 한번 이렇게 살아보면 후에도 이렇게 살긴 편하다.


암튼 자고 나서도 나는 그녀와 사귀지 않았다. 온갖 방식으로 나에게서 사귀자고 하는 멘트를 받아내고 싶었던 그녀, 어찌보면 타고난 네고시에이터가 아니었을까? 다른 여성들의 관심이 죽은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되긴 했었다. 하하하


휘황찬란한 그녀와의 연애 이야기는 다음부에서 이어나가도록 하겠다.


<1부 끝,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