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log


정말 오랜 연애를 마치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했다. 

이것도 예전의 일이다. 

새로운 사랑은 오래가지 않았다. 

도수가 맞지 않는 안경을 끼고 사는 듯 했다. 

연애같지 않은 연애, 줄곧 섹스만 하다가 헤어졌다.


배경이 침대 뿐인 이 사랑도 시작이 있었다. 어느 추운 2월의 날이었다. 서면에서 놀다가 집으로 오는 길이었다. 헬스장을 알아보려고 한 정거장 일찍 내렸다. 백바지의 몸매가 좋아보이는 처자가 편의점 안으로 들어간다. 맘에 들었다. 에라 모르겠다. 말을 건다.


저기요, 마음에 들어서 그런데 알고 지낼 수 있을까요?

네 그래요


쉽게 번호를 준다.

연락을 안했다. 너무 긴장되서… 

다음날 연락을 했는데 그게 맘에 들었다고 한다. 

다른 남자들은 번호 받으면 당일에 연락을 했다고 했는데 나는 아니라고… 그냥 그랬다.


첫 만남이었다. 

동네의 허름한 족발집에서 만나서 우리는 술을 마셨다. 

이 여자는 뭐가 뭔지도 모르고 나를 믿고 술을 마시는 것 같았다.


며칠 간의 카톡이 그녀에게 신뢰감을 줬을까? 

나는 신사답게 행동했으나 속은 늑대였다. 

떻게 해보려는 속셈밖에 없었다. 

그런데 술을 그렇게 먹어대니 취할 수 밖에 없었다.


1차 족발을 먹고 2차는 룸식 주점으로 갔다. 

거기에선 뭘 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키스를 했을 거다. 

키스를 더럽게 못하는 그녀, 

내가 못하는 걸까? 

잘하는지 못하는진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그렇게 집으로 향했는데, 

집에 안들어가는 그녀, 정말 집앞까지 데려다줬는데 안들어간다. 

그래서 계속 안들어갈거면 같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고민 끝에 알겠다는 그녀…


그런데 들어가서 바로 자지 않았다. 

술이 취해서 라면을 먹겠다는 그녀와 너무 피곤한 나… 

먼저 잤다. 자다가 일어나니 그녀는 곤히 자고 있다. 

천사같이 편하게 처음 만난 남자의 옆에서 자고 있는 그녀.


중간에 깨워서 이를 닦고 키스를 한다. 

서로의 혀가 느껴지는 짜릿함이 나를 흥분시켰다.


흥분시킨 그녀의 몸 속으로 나는 들어갔다. 

하지만 시간이 부족하다. 

그 날이 회사 가야 하는 주말이라 오래 있지 못했다. 

일사천리로 진행한 1차전, 정말 잘 느끼는 여자였고 개인적으로도 만족했다. 

미끌미끌거리는 감촉이 너무나 좋았다.


몸매도 처음에 본 대로 아주 괜찮았다. 다시 갖고 싶을 정도였다. 

그렇게 나는 여자친구가 생겼다. 

힘든 과정 없이 사귄 여자친구는 그만한 가치가 없다고 느껴졌다.


나는 그녀의 몸을 탐하기 시작했다. 먹고, 자고, 먹고, 자고 데이트의 종착지는 모텔이었다. 

색을 밝히는 남자라 술을 먹고 그녀를 갖는데 바빴다. 

내 맘대로 안되면 화를 내고 싸늘한 시선을 날렸다.


너무 말을 잘 들었지만 현격한 가치의 차이가 존재해서 헤어지게 됐다. 

패션이 과한 여자는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녀의 몸매는 내 스타일이었으나 가치가 나를 따라오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가 나에게 잘해주던 시절은 기억난다. 

마지막 만남 때 나에게 선물을 주었던 그녀, 

그게 마지막이 될거라곤 나도 몰랐다. 

시작도 어정쩡했고 끝도 어정쩡했다.


연락하면 ‘또 모텔 가자고 하려고?’라면서 

차가운 멘트를 날리던 그녀, 나는 쓰레기였다. 

세상에 다양한 쓰레기가 있는데 그 당시에 나는 쓰레기였다.

지금도 그럴지도 모른다.

Karma라는 것이 있다면 나에게 아마 돌아올 것이다.


나는 얼마만큼의 사랑을 더 하고, 얼마나 많은 여자들을 다 만나야 정착할 수 있을까? 

점점 까다로워진다. 점점 맘에 드는게 없어진다. 

처음 만날 때의 그 느낌과 호감이 끝까지 갈 순 없을까 생각해보며, 

너무 하찮은 보이는 조건에 집착하고 가치를 얕잡아보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첫 사랑이 끝나고 찾아온 연애는 그렇게 끝났다. 

같은 동네 사는데도 마주쳐지지 않는 그녀, 

근처에 갈 때면 은근히 마주치길 바라면서도 안 마주쳤으면 한다. 

결혼할 나이인데 제대로 된 남자를 만났을지 모르겠다. 

당시의 나같은 남자는 만나지 않았길, 

그리고 현명해졌길 바란다.


<끝>